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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25 호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해야 할까?

  • 작성일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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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975
김상범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해야 할까?


▲ 고령 운전자 면허증 관련 일러스트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대한민국은 만 19세 이상 성인이 되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면허를 취득해 차를 몰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예전보다 더욱 운전자가 많아진 현재 시점에서 떠오르는 문제가 있다. 바로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 증가 문제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사고 위험성 증가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고령 운전자 연령대별 교통안전대책 합리화 방안' 보고서에서 2017∼2021년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와 보험사 질병자료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분석을 했다. 연구소가 고령 운전자 연령대를 5세 단위별로 구분해 교통사고 위험도(인명피해환산값/사고건수)를 분석한 결과, 60∼69세까지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지만, 70~74세부터 사고 위험도가 명확하게 차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사고의 위험도는 80세 이상부터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듯 고령 운전자의 운전사고 위험성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고령 운전자에게 면허증을 반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대신 면허증 반납과 함께,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하는 식으로 면허증 반납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 해마다 지자체별 2%의 증가율을 보여, 노인 운전자 면허증 반납에 진전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체 고령 운전자의 2% 안팎에 그치고 있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건수 (출처: 매일경제)


  이 같은 제도의 효과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의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선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제도에 대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자. 2018년 부산을 시작으로 만 75살 이상의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을 반납하는 제도가 처음 시행되었다. 시행 원인에 대해서는 윗글에 작성된 내용과 같이, 나이가 들어 노화(시력 감퇴, 지각 능력 감소 등)의 증상이 심각해질수록 운전대를 잡는 순간에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제도에 따라,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반납한 운전자에게는 10만 원이 들어있는 교통카드가 지급된다. 



고령 운전자 면허 관련 해외 대처 사례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우선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고령자 운전 관련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현재 70세 이상 운전자부터는 고령자 강습을 수강해야 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71세 이상은 면허 갱신 기간을 3년으로 단축했다. 


  미국은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부분 고령 운전자 안전 규제가 있다. 의사가 작성한 건강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운전할 수 있는 신체 상태라는 사실이 명시돼야 한다. 신체 일부분이 불편하거나 손실됐는지, 기억력이나 유연성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면허증 갱신 전 1년간 발작 이력이나 장애 이력 등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모두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별도의 검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는 75세 이상부터 매년 운전 적합성에 대한 의료 평가 및 운전 실기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운전 실기 평가를 받지 않은 고령자의 경우 장거리 운전이 제한되고 지역 내에서만 운전 가능한 수정 면허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고령 운전자, 대한민국에서의 현황은


  14일 도로교통공간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운전자 사고는 3만 4672 건으로, 전년보다 8.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으며 최근 10년 동안 고령 운전자 증감률(7.8%)을 웃돈다. 이 기간 고령운전자사고는 2020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증가세를 기록해 왔으며 지난해는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5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고령 운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2025년 전체 고령 인구 절반인 498만 명이 운전면허 소지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2040년에는 1316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고령운전자사고로 인해 각 지자체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은 지난 2018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 2020년 전국으로 확산했다. 면허를 반납하면 최소 10만 원에서 50만 원에 달하는 선불카드,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고령 운전자들은 “나이를 기준으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건강 관리 정도에 따라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에서 자진 반납률은 매년 2%에 그친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반납률이 더 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차 없이는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농་어촌 지역의 특성상 농사일과 긴 버스배차 간격, 시내와의 거리 등 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일반화물차주 운전자 연령 분포 (출처: 머니투데이)


  또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 운전자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 운전자 평균 나이는 53.7세로 50대 이상 연령이 전체의 70.5%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


  노인이 되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등 운전에 중요한 신체་인지 능력이 저하되는데 이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운전 면허를 반납하라는 식의 제도보다는 운전 면허 갱신 시험 등 운전 능력을 기준으로 면허 소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 면허를 반납하더라도 이동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정부의 교통 인프라 확충 및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윤정원 기자, 김종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