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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27 호 일회용품 규제, 앞으로의 행방

  • 작성일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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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798
김상범

일회용품 규제, 앞으로의 행방



일회용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일회용품을 쓰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그런데 왜 일회용품을 쓰면 안 될까? 그 이유는 긴 분해시간, 쓰레기 처리 어려움, 해양쓰레기 문제 등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 분해되기 어렵거나 아예 분해되지 않는다. 일회용 종이컵을 예로 들면, 종이로 만들어져 쉽게 분해될 것 같지만, 액체를 담아도 종이가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었기 때문에 자연 분해에 최소 20년이 걸린다. 또 대부분의 일회용품은 한 번 사용된 후, 재활용이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여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진다. 이후 선별, 소각 작업을 거치고, 나머지는 땅에 묻어 처리한다. 

▲ 일상 속 사용되는 일회용품 (사진: 한현민 기자)


  쓰레기를 소각하면 쓰레기는 사라지고 재만 남게 되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발암물질인 유독가스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플라스틱을 매립하면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메탄과 침출수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대기에 방출되면 기후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독성물질을 포함한 침출수 역시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또한 현재 쓰레기 매립지는 포화 상태이고, 추가적인 설치가 필요하지만, 악취로 인해 설치를 기피 하는 상황이다. 추가로, 수도권은 2026년부터, 이외에는 2030년부터 종량제 쓰레기를 땅에 묻을 수 없게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가 더욱더 절실한 상황이다.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되지도 않은, 길거리나 강, 바닷가 등에 버려진 일회용품들은 바다로 들어가 해양 쓰레기가 되고,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섬을 이루기도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햇빛과 파도에 깎이고 쪼개지면서 점점 작아져 아주 작은 입자인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들에게 해로울 뿐만 아니라 먹이 사슬을 타고 축적되어 결국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게 된다.



국제사회의 환경 보호 관심 증대


  해외 각국에서는 플라스틱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EU의 경우 2년 전부터 플라스틱세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CDP의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의 플라스틱 산업은 현재까지도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상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지구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적 규제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3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현장 (출처: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3556)


  2024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협약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플라스틱의 생산, 유통,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관리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2024년에 협약이 체결된다면 처음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플라스틱 규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국제사회는 환경보호 정책에 대해서 점차 규제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전 지구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울산광역시 소재 SK지오센트릭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순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환경 규제의 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환경 정책은 어떨까.



한국의 환경보호 정책은 역행 중?


  하지만, 한국은 국제 협약 제정 및 이행에 기여하겠다는 발언을 약속했으나 실제 정책은 역행 중이다. 환경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기존의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조치의 계도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됐다. 환경부는 종이컵 규제를 없애고 비닐봉지에도 과태료를 매기지 않으며 플라스틱 빨대 규제에 대한 계도기간도 무기한 연장했다. 환경부가 ‘자발적 참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일정한 계도기간을 두고 시행해 온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버려진 일회용품들 (출처: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5161)


  특히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이컵의 경우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나가기로 했다. 규제 폐기의 이유로는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 다회용 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을 꼽았다. 환경부는 대안으로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는 대신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연장한 이유로는 소비자가 종이 빨대를 불편해하고, 사업장에서도 2.5배 이상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하면서도 고객 불만까지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는 이어 비닐봉지에 대해서도 이미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단속보다는 대체품 사용을 정착하게끔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한쪽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의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낮은데 현재 이 (일회용품) 정책은 그대로 추진하기에는 너무 한쪽의 희생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11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며 2018년 무려 294억 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며 향후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컵 보증금제를 도입해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 일회용 컵 사용량을 84억 개에서 55억 개로 줄이겠다던 정부의 정책과는 완전히 상이하다. 이런 정부 방침에 따라 식당 등에서 종이컵 사용금지와 컵 보증금제가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시행됐다. 또 정부 기관과 민간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체품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로 일회용품 규제를 준비하던 소상공인들의 혼란이 가중되었으며, 플라스틱 퇴출 이후를 대비해 생산을 대폭 늘렸던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재고 문제로 인해 도산 위기에 몰렸다.



일회용품 규제로 변화한 주변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의 사용을 제한하는 ‘자원재활용법’이 시행 1주년을 맞아 소상공인 부담을 해소하고 국민 참여를 높이는 새로운 <일회용품 관리 방안> 체계로 돌입한다. 환경부는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로 부과’라는 강제적 규제보다는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권고와 지원’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도입되는 ‘일회용품 관리 방안’은 그동안 계도로 운영해온 품목을 대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일회용품의 사용도 줄이기 위해 마련되었다. 


  일회용품 사용규제 품목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일회용품 사용규제 품목으로는 일회용컵, 접시, 용기, 일회용 나무젓가락, 등이 있고 일회용 광고선전물, 일회용 면도기, 일회용 봉투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편의점에나 제과점 등에서 일회용 봉투나 쇼핑백의 판매가 제한되며, ‘무상제공’이 불가능해진다. 대형점포에서도 일회용 봉투, 일회용 우산비닐 등이 전면 금지되며 커피용기를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비닐 캐리어 또한 일회용봉투에 해당된다. 그리고 카페나 식당 내에서 플라스틱 컵만 사용가능하다는 것이며 종이컵은 사용규제가 되어 정수기 사용 등을 위해 식당에서 자주 보는 일회용 꼬깔 모양 종이컵도 해당된다. 그리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금지되어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고 테이크아웃의 경우에는 매장에서 먹는 것이 아니므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도입 이후 커피숍 등에서 음료 주문 시 플라스틱 빨대가 아닌 종이 빨대 및 생분해성 빨대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종이 빨대가 쉽게 눅눅해지고, 음료의 맛을 떨어뜨려 사용에 불편을 호소해 왔다. 사업주 역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2.5배나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했다. 이에 어려움을 고려하여 플라스틱 빨대 사용 계도 기간은 연장하기로 결정되었으며, 계도 기간 연장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는 소비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공된다고 한다. 추후 종이 빨대 등 대체품의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생산업계와 논의를 이어나갈 전망이라고 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뒤 물건을 담는 데 사용되는 비닐봉투(비닐봉지)는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으로 안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사가 2023년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70%이며,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 집계되었는데,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고려해 비닐봉투는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와 같은 강제적 제도보다는 생활 속에서 봉투 대체품 사용하는 문화로 정착하게 만드는 데 주력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매장에는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 참여 매자에게는 소상공인 지원 사업 선정 및 지원 시 우대조건을 부여하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지속적으로 권장 및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천안캠퍼스 한누리관 카페 (사진: 한현민 기자)



한국 정부의 환경정책 전환 반응


  정부의 입장 전환으로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일회용품 줄이기 위해 한 노력과 대체품 개발 기관과 민간기업의 기술이 유명무실해질 상황에 놓여 비판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런 정책 전환이 일회용품 정책의 전면적인 후퇴라는 질타와 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날 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의 이번 일회용품 규제 포기에 대해 그동안 일회용품을 줄이려 노력해 온 국민들이나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온 업체 등은 허탈하다는 분위기다. 다회용 컵이 시범 도입됐던 세종시와 제주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정책을 폐기하려면 왜 일부 지역에만 희생을 강요했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환경부의 정책 번복은 시민들의 일회용품 저감 의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 환경부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97.7%,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7.3%에 달했다.


▲ 환경단체 시위 현장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1111800530)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포기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환경부의 정책 선회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환경부는 근거도, 논리도 없이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했다”며 “환경부는 이번 제도 유예를 발표하며 산업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일회용품 규제로 인해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다회용품 관련 상품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고, 속 비닐 사용 제한 정책으로 2017년 1,596톤이던 비닐봉지 사용량이 2022년 466톤까지 약 70%가 감소하였다는 성과로 나타났다. 2023년 1월 경기도가 발표한 ‘일회용품 사용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민의 95%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오염 등을 고려해 일회용품 사용을 현재보다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로 미루어 보아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해 행동할 의지 역시 충분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모두 환경을 더욱 생각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정소영 부장기자, 곽민진, 한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