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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7 호 대한축구협회, 이제 팬들이 '레드카드'를 들어야 할 때

  • 작성일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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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985
남영욱

대한축구협회, 이제 팬들이 '레드카드'를 들어야 할 때

남영욱 수습기자

 


[1] 침착맨의 사과방송 모습, 사진출처: 중앙일보


“그냥 홍명보 감독이 싫은 거 아니야?“

 

  최근 큰 비판을 받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유튜버 ‘침착맨’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고, 이에 침착맨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한 후 사태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는 방송을 진행하였다. 그는 “잘 모르는 입장에서 실언을 했다.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나는 이 과정을 보며 축구를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은 침착맨과 같은 생각을, 그러니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하여 자꾸만 옆에서 화를 낸다면 피로감이 느껴지고, 해당 주제를 회피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회피해도 괜찮은 문제가 아니다. 가볍게라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를 즐기고 있다면,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점점 강해지고 제2의 박지성 손흥민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길 바란다면 이는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분노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 처럼 전반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이 분노하고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축구협회의 논란이 되는 행보 중 상당 부분을 덜어내고 핵심만을 간추려 축구를 가볍게 즐기는 팬들이 이 사태를 알기 편하도록 요약해 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 축구 팬들이 그토록 축구협회를 미워하고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서 출발하여 이번 홍명보 감독 선임의 문제점까지의 흐름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월드컵이 끝난 후 귀국한 선수단의 모습. 저조한 성적으로 비판 받은 2014년에는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 구석에 서있고, 우수한 성적으로 여론이 좋았던 2022년 월드컵에서는 감독 벤투와 주장 손흥민 사이에서 ‘센터’를 차지하고 선 모습이다. 또한 입국 게이트를 통과할 때도 2014년엔 제일 뒤에서, 2018년에는 제일 먼저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출처:kbs


 

  사실 현재의 축구협회와 그 협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 비판받는 지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 작게는 아시안 컵 실패에 대한 선수 탓, 기부금 부풀리기 등등의 행보부터 크게는 승부 조작 축구인 기습 사면까지. 사실 글로 다 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가장 큰 이슈인 감독 선임 관련 이슈만을 다루겠다. 

 

 

2018년 7월, 제73대 감독 선임위원회 결성

 

  제37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선임 위원회가 열린 직후에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선임 절차 시작에 앞서 명확하게 기준을 내세웠다. 

 

1. 월드컵 예선 통과 또는 대륙 컵/세계적 리그 우승을 지도한 감독 

2. 새로운 한국 축구의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

 

2번의 ‘한국 축구의 철학’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크게

 

1. 능동적인 축구 

2. 볼 소유 

3. 전진성 있는 축구 

4. 패스 축구 

 

라는 4가지 기준을 밝혔다. ‘능동적인 축구’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창조하는 전진 패스 (중략)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매우 적극적인 전방 압박' 등등의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대중들이 그 기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감독 선발 절차 시작 전 기준을 투명하게 밝힌 후에 기준에 부합하는 감독들 내에서 후보를 좁혀서 벤투 감독을 선임했고, 벤투라는 감독을 모든 사람이 선호한 것은 아니지만 결코 절차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투명한 절차에 의해 선발된 벤투 감독은 다들 아는 것처럼 결국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결과만이 아니라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상대로 앞선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손흥민, 김민재의 부상과 같은 여러 악재가 있었음에도 경기력과 결과 양면에서 성과를 거둬 "앞으로 4년간 인내하고 잘 지원하면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감독이라고 확신했다"라는 김판곤 위원장의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2023년 1월, 제74대 감독 선임위원회 결성

 

"기준에 앞서 인간적인 부분을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강한 성격이 좋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과 인연이 많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선수들을 동기부여할 수 있는 리더다" 

"축구는 전술만 있는 게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에 강점을 보인다" 

 

 

  클린스만의 선임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발표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이유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이 횡설수설하는 모습이었다.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한 스포츠조선의 박찬준 기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줄 색깔에 대한 질문에 본인의 축구 철학을 늘어놓는 등 선임 과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기자회견이었다.”라는 평을 남겼다. 선임 이전부터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을 선임 기준으로 내세워두고 그 기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던 터라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과정과 이유에 대해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기자회견에서조차 애매한 말로 얼버무리며 클린스만호는 출발했다.

 

 

2024년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

 

  결국 불안 속에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에서 유효슈팅 0개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마침표를 찍게 된다. 아시안컵 내내 충격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클린스만호는 선임 기준으로 내세웠던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 그 어떤 조건도 명확하게 충족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웠다. 특히 ‘팀워크’ 면에서는 대한민국 축구 팬들이 모두 큰 충격을 받았던 ‘탁구 게이트’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거지며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두고 “본인은 훌륭했는데 선수들이 싸워서 진 것이다.”라는 변명을 댔고 정몽규 회장은 본인의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이를 두둔하며 “나는 클린스만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는 평을 남겼다. 다섯 가지의 기준이 선임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렇게 불투명한 절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자리가 비냐고 농담을 했는데 실제로 정몽규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라는 비화를 공개했다. 결국 클린스만 독단 선임 문제로 종로경찰서가 조사를 하게 될 정도로 선임 절차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2024년 2월, 임시 감독 체제

 

  클린스만호의 실패로 인해 협회는 긴 시간을 숙고하여 제대로 된 감독을 새로 뽑기 위하여 임시 감독 체제로 돌입하게 되고, 황선홍 감독을 그 첫 번째 감독 대행으로 선정하게 된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이미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을 맡고 있었고, 파리 올림픽 예선을 불과 한 달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에 많은 축구 팬이 스케줄 상의 우려를 표했으나 대한민국은 40년 연속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왔기에 과한 우려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2024 파리 올림픽, 충격적인 40년만의 예선 탈락 

 

  올림픽 예선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패배하여 탈락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피파 랭킹은 23위, 인도네시아는 134위다. 전력상 한참 약세인 상대에게 졸전 끝에 패배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굳이 이미 감독직을 맡고 있던 황선홍 감독을 임시감독으로 선임한 협회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충격 속에서 황선홍 감독은 감독 대행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아직도 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는 지지부진하였기에 한 번의 임시감독 체제를 더 거치게 된다. 그러나 제시 마치, 바그너 등의 이미 검증된 명장들이 한국 축구의 장단점, 발전 방향, 훈련시설, 나아가 한국의 유망주 선수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분석을 하는 등 감독직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호재가 전해지며 팬들은 참고 기다리기로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 7월 7일, 드디어 협회가 내정한 감독을 발표하게 된다. 

 

 

홍명보 감독 선임 발표 

[3]이임생 기술 위원장,사진 출처: kbs

 


 “홍명보 감독님이 보여주신 플레이스타일을 보면 빌드업시 라볼피아나 형태와 비대칭 백스리 형태를 가져간다. 이러한 빌드업을 통해 프로그레션에 의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어태킹 서드에서 라인 브레이킹과 상대에 맞춘 카운터 어택과 크로스를 통한 공격, 측면에서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 다양한 좋은 모습이 있었다”

 

  7월 7일 오후 2시경, 대한축구협회홍명보를 차기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이임생 기술 위원장은 선임 근거를 밝히는 브리핑을 진행하였는데, 위 발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벤투 감독 선임 당시의 김판곤 위원장처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 지나치게 현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앞서 한국 감독직에 열의를 보였던 바그너와 포옛은 자신들이 감독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통보받기는커녕 한마디 언질도 없이 홍명보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이들은 이에 대해 상당히 불쾌감을 드러냈고, 한국은 앞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지울 수 없는 외교 참사의 기억으로 이번 사태를 기억하게 되었다. 

 

  심지어 홍명보 감독은 이미 울산 현대의 감독으로 있었고 이에 떠나지 않는다며 구단과 팬들을 안심시키고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자신이 한 말을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번복하고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임생 위원장은 면접에 열의를 보이며 pt를 진행한 다른 감독들을 두고 지원조차 하지 않은 홍명보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찾아가 부탁을 한 끝에 동의를 받아내었다. 이에 면접 절차를 생략했다는 비판을 받자 “홍명보 감독은 이미 우리가 잘 아는 감독이니 면접 같은 절차가 필요 없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결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제75대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었다. 

 

  협회가 이렇게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계속해서 독단적으로 감독을 선임하려고 하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본인 측근을 선수단에 심기 위해서이다, 그것이 묘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등의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에게 무려 30억의 연봉까지 지급하기로 계약한 상황이라(해외 유명 감독이 제안한 액수와 같은 액수) 더더욱 그 의중은 오리무중이다. 현재 이러한 초유의 사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 파문’을 놓고 대한축구협회를 감사하기로 한 상태이므로 조사 결과에 따라 결론이 날 것이다.

 

 

축구팬들이 분노하는 이유 

 

[4]지난 태국전에서 정몽규 회장을 비판하는 깃발을 든 시민의 모습, 축구협회 측의 무력 제지로 손에 부상을 입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축구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한갓 홍명보 감독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독단적인 감독 선임으로 이미 뼈저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는 협회가 또다시 절차를 무시한 기준 없는 독단적인 선임을 한 것에 대한 분노가 큰 것이다. 

 

[5]축구협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축구협회 고위 임원이 보낸 조롱 메일, 사진 출처: 조선일보


  여기에 더해 축구 팬들의 항의와 비판의 목소리에 협회는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다양한 방식으로 무시하고 탄압하며 심지어는 조롱하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독단은 축구 팬들을 무시하고 대한민국 축구를 병들게 하는 행위이다. 이미 정말 많은 타격을 받은 대한민국 축구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정말 가볍게 축구를 즐기는 축구 팬일지라도 공감하고 분노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 만이 우리가 사랑하고 즐기는 대한민국 축구를 보호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문헌]

채혜선, "홍명보가 그냥 싫은 거잖아"…침착맨 발언에 축구팬 발칵, 중앙일보, 2024.07.1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3662

박찬준, '누구와, 어떻게, 왜' 속터지는 클린스만 선임 최악의 기자회견, 궁금증만 증폭시겼다, 스포츠조선, 2023.03.01

https://www.chosun.com/sports/football/2023/03/01/DVIHNFTTMDK3ECKE46XF5TSSOY/ 

정지훈, KFA, 새 사령탑에 파울루 벤투 선임...2022년 월드컵까지+신태용과 작별, 인터풋볼, 2018.08.17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413/0000070585

장민석, 정몽규 "클린스만 잔여 연봉 문제가 생기면 재정적 기여 고민", 조선일보, 2024.02.16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2/16/3FUBP7N5FJHVROXDOQAGCMZ5R4/ 

스포츠머그, 수사까지 착수한 선임 과정…말이 갈린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두 절친'의 기억, SBS, 2024.02.20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132467

김진주, 클린스만 "농담했는데 정몽규 회장에게 전화 와"... 감독 부임 비화 공개, 한국일보, 2024.02.19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1914280002046?did=NA 

이준희, 홍 감독 ‘면접 생략’ 인정한 이임생 이사 “면접 대신 부탁…내정은 있을 수 없어”, KBS, 2024.07.10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056/0011758666

박수주, '정몽규 아웃' 깃발로 몸싸움…"아르바이트생 돌발행동", 연합뉴스, 2024.03.22

https://www.yna.co.kr/view/MYH20240322019200641

김명일, 축구협회 고위 인사, 비판기사 쓴 기자에 ‘조롱 메일’ 보냈다, 조선일보, 2027.07.25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7/25/XG4SYZLETRCFXHLM3R64CGJ7IY/

 

[1] 사진 출처: 채혜선, "홍명보가 그냥 싫은 거잖아"…침착맨 발언에 축구팬 발칵, 중앙일보, 2024.07.16

[2] 사진출처: 최상철, ‘엿 세례’와 ‘달걀 투척’ 잊어라...'16강' 벤투호는 ‘박수 세례’, kbs, 2022.12.07

[3] 사진 출처이준희, 홍 감독 ‘면접 생략’ 인정한 이임생 이사 “면접 대신 부탁…내정은 있을 수 없어”, KBS, 2024.07.10

[4] 사진 출처: 박수주, '정몽규 아웃' 깃발로 몸싸움…"아르바이트생 돌발행동", 연합뉴스, 2024.03.22

[5] 사진 출처김명일, 축구협회 고위 인사, 비판기사 쓴 기자에 ‘조롱 메일’ 보냈다, 조선일보, 202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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