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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1 호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

  • 작성일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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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혁

공동소송제도는 일종의 권리로서 정착되어야 한다.

김지영 신입기자 (201910675@sangmyung.kr)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 과 '정보'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플랫폼(Platform) 산업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일전에는 생소하게 느껴졌던 플랫폼 산업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플랫폼이라는 말이 아직은 낯설지라도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instagram’을 들으면 우리 일상 속에 플랫폼이 뿌리내렸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단순히 정류장, 정거장이라는 뜻의 플랫폼 (Platform)은 이제는 경제`경영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의 출현과 함께 등장했고, 이는 시장의 참여자와 참여자를 '연결' 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공동소송 플랫폼은 요즘 떠오르고 있는 ‘화난 사람들’이란 플랫폼이다. 



화난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 


공동소송 플랫폼으로 자주 언급되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이다. ‘화난사람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을 당했을 때, 누구든지 쉽고 간편하고 저렴하게 법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에서 2018년 4월 등장한 공동소송 플랫폼 업체이다. 화난사람들은 공동소송에 관심이 있는 참여자를 모집하는 일부터 변호사의 사건 수임, 비대면 법률서비스 수행, 사건 종결까지 법률 서비스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자체 홈페이지에서 사람들을 모아 변호사들과 연결해준 후 공동소송을 진행하거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사의 수장인 최초롱 대표는 2013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직후부터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1년차 때 형사부, 2년차 때 민사부에서 근무하며 일반인이 법을 몰라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일반인도 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4월, 창업에 나선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공동소송이었다.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변호사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 1순위로 불렸다. 수천 명의 소송 참여자를 만나고 관련 서류를 받아 처리하는 일이 힘든 데 반해 손에 쥐는 돈은 적은 탓이었다. 그렇지만 최초롱 대표 변호사는 굴하지 않고 서초에 자리를 잡은 자신의 동기들과는 떨어져 용산 원효상가에 터를 잡았다. 이것이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의 시작이다.

집단소송의 경우 많으면 수천 명 정보를 일일이 이메일로 받아 전산화한다. 요즘처럼 모든 게 시스템화돼 있는 세상에서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단순 노동을 하는 것이다.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착수금을 무통장 입금으로 보내는데 입금자명을 제대로 안 적고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법원에서 원하는 양식으로 데이터화해주는 집단소송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변호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료를 내고 이 프로그램을 쓴다. 이는 '화난 사람들'의 주 수익 모델이다. 화난사람들은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소송 참여자들이 화난사람들 홈페이지에 소송에 필요한 서류와 피해를 입증할 증거 등을 등록하면 자체 시스템이 이를 전산화해준다. 변호사들은 고된 작업 과정 없이 정돈된 데이터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사실 화난사람들이 개발한 시스템은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첨단 기술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법조계의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최초롱 대표 변호사는 “공동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의 전화 대부분은 내가 낸 소송비가 잘 입금됐는지 묻는 내용이었다”며 “그만큼 기존 법률 서비스에 불편함이 많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통상 공동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결론이 명확하게 난 사건은 많지 않다. 스카이에듀 사건은 소송 없이 억울함을 해결한 사례다. 온라인 강의 업체에서 서울 내 대학교와 지방거점 국립대, 치대·의대·한의대를 합격할 경우 수강료를 100% 환급하는 상품을 판매했는데, 조건을 달성한 학생들이 9개월 넘게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화난사람들이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하기 전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만으로도 환급이 이뤄졌다.

화난사람들의 계획은 제보 신고 기능을 강화하고, 해당 사건의 소송을 최대한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100명 정도인 변호사 회원 수도 늘려 나갈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공동소송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도 플랫폼 내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예상하기 어려운 소송 결과로 끙끙 앓는 경우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또한 이들은 집단분쟁뿐만 아니라 고소·고발, 사회문제 캠페인 등 다양한 법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슈 확인은 필수이다. 아침 눈 뜨고부터 잠들기 전까지 여러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보고,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방송통신위원회 등 사이트에 접속해 주요 현안을 확인한다. 전국 주요판결도 훑어본다. 출근해서는 직원들과 함께 ‘화난 사람들’의 운영 방향에 대해 회의하고, 사이트에 업로드 할 콘텐츠도 제작한다.



대학등록금에 화난사람들


화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국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요구를 하는데 이어 대학에 정보공개도 청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진행된 ‘인강’에 등록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부실한 비대면 강의로 학습권을 침해받은 학생들이 대학교가 관리 의무를 다했는지 따져보겠다는 의미이다. 화난사람들과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전국 대학교 온라인 강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만약 정보공개청구로 특정 대학교가 온라인강의와 관련한 학교의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 드러난다면, 그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학생들이 이길 가능성이 있다.

정보공개청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접 관련 서류를 다운받아 정보공개청구를 하거나,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변호사가 대신 나서는 방식이다. 화난사람들을 통해 100명이 넘게 신고한 학교는 담당 변호사가 정보공개를 청구한다. 최초롱 대표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수업들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많았다”며 “직접 공개정보청구를 하게 될 경우 학교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어 대리 청구도 진행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대리 청구를 담당하는 박재천 변호사는 “현재 한림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 대학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진행됐다”며 “온라인 강의에 어떤 프로그램을 썼는지, 현장 실습 지원비가 얼마나 책정됐고 얼마나 집행됐는지, 교수들이 몇 번 강의를 했는지 등의 정보를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금을 민사상 채무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제대로 쓰지 않았을 때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정보 공개가 이뤄지면 법적 검토로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학 등록금이 반환된 사례가 없진 않다. 2018년 수원대학교 학생 50여 명이 학교법인과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분노에서 성숙으로


화난사람들은 이외에도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 엄벌 릴레이 탄원,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 법률 지원 공동 홍보, 라임사태 대응 전문가 가이드 제공, 호날두 노쇼 사건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 KT아현동 지사 통신장애, 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사건 인권위 조사 요구 진정인 모집 캠페인, 대진침대 라돈 검출 손해배상청구, BMW 차량의 화재 사고 집단소송,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 신상공개 청원, 대한항공 마일리지 혜택 변경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달을 위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문조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 약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다양한 공동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다만 공동소송 자체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공동소송이 패소했을 경우 그 책임과 손해를 누가,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해 논쟁이 있을 수 있으며 근거 없는 공동소송의 남소(濫訴)로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렇듯 화난사람들이 공동소송이란 국민의 권리를 돕는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공동소송이 가진 본질적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난관도 남아있다. 공동소송이란 제도가 단순히 보상금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닌 소비자와 이용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투명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전반의 긍정적 영향을 이끌어내는 권리로 정착되어야 한다. 우리가 공동소송 제도를 화난사람들과 같은 플랫폼들을 활용하여 성숙한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다면 화를 자주 낼 필요 자체가 줄어들지 않을까?